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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정방향 ; 파괴, 파멸
​심연(@190cm93kg)

저마다의 인생에는 자신이 지은 것으로 쌓아 올려진 탑이 있다

대개 그것은 죽으면 부서지거나 죽고 나서는 견고해진다

 

* * *

 

그의 미련하고 아름다운 주인께서는 그 날도 사람 행세를 하며 밤의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인간을 너무나도 싫어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사랑하는 기이한 딜레마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외줄타기를 하는마냥 이런 모습과 저런 모습으로 인간 세계의 어둡고 아픈 구석부터 시작해서 밝고 아름다운 곳까지 들쑤시고 다녔다. 오늘의 그녀는 아주 작은 어린아이였다. 그것도 어느 부호의 수양딸인데다가, 비운의 병을 앓아 해는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무잔이 입양된 곳이 푸른 피안화와 연관이 있을지 모르는 의사 집안인지라 가족들은 모두 그녀의 병을 고치려고 애를 썼으나, 이것은 죽어도 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에 애를 쓴들 한낱 인간이 어찌 할 수 있을 부분이 아니었다.

 

그리고 코쿠시보 그 자신은 영애가 입양될 때부터 그녀의 곁을 지킨 하수인으로, 오늘의 배역은 그것이었다. 그는 무잔의 안부를 물으려 일주일에 한 번 찾아가는 것이 정해진 일과였다. 그녀는 가장 안쪽 방의 가장 어두운 곳에 있었다. 그는 기척을 죽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두드릴 필요도 없이 안에서 소리를 내며 열렸고, 그는 정좌하고 제 주인의 앞에 앉았다.

 

무언가 발견이 있었느냐

없었다……

이쪽도 마찬가지다. 다들 나를 고치려 혈안이 되어 있더구나.

……

그런데 모두가 실패했다. 날더러 낮에 나들이를 가자고 하지 무어냐

……

멍청하지 않느냐 이걸 고칠 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 * *

 

코쿠시보는 생각했다. 그의 여주인은 변덕이 너무나도 심하다고. 그리고 또 생각했다. 파괴를 원하는 것인가 파괴 이후의 동화를 원하는 것인가. 사람을 죽이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밤에만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파괴하고 사람으로 살아 보고 싶은 것인가……. 사실 문답은 무용이었다. 물음에는 의미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무잔의 인생에 존재할법한 탑을 견고히 해 주면 그만일 존재요 놀음을 한다면 놀아나기만 하면 되는 존재요 그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과용인 존재였다. 하지만 묻고 싶었다. 하나의 질문 정도로 무언가 무너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눈에 짓눌린 입이 천천히 이를 드러내고 소리를 냈다. 무잔 님. 아주 작은 주군이 뒤를 돈다. 무슨 일이냐? 그는 천천히 묻는다.

 

그러하면 고칠 병이 무어라고 생각하는지

……

인간이 되는 병인지 인간이 되지 못하는 병인지…….

가소롭구나 당연히 인간이 되지 못하는 병이지 않겠느냐

어째서…… 인가……

그들은 우리를 피하지 않느냐 코쿠시보. 그것은 그들이 우리와는 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병자이기 때문이다. 완전히 박살난 게야. 판단이라 할 것들이 말이다. 하지만 너와 나는 다르다…….

 

* * *

 

 

하지만 그와 그의 여주인은 이전에 인간이었기에 이리도 몸부림치고 죄인이라는 형벌을 거부하며 살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억지로 잊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없는 일로 치부하려는 것인지 그는 알 수 없었으나 확실한 것은 지금의 무잔은 그가 함부로 손대었다간 인간이 떼거지로 달려들어 지켜질 영애라는 점이었다. 그러므로 이 구역질나는 공간에서 벗어나는 것은 지금 당장은 안 되었다. 코쿠시보는 기껏 얻은 강함과 기껏 버린 것들로부터의 복수가 두려웠다. 그렇기에 차라리 모든 것을 부수어 무로 돌아가자는 명령이 너무나도 절실했다.

 

이 세상은 모래성이다 코쿠시보 나는 부수고 다시 지을 생각이다

……

외로워지겠지만 금방 다시금 피를 나누어 받을 이들이 생길 테지?

……

 

하지만 코쿠시보는 알았다. 그의 작고 가여운 주인은 인간에게 버려져 죽임당할 뻔 하고 손가락질 당하는 것도 견디지 못하여 사람의 모습을 고집하는 어린아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가여움이 인간들에겐 득이고 그에게는 너무나도 큰 실이라는 것을 자신의 두려움을 감당할 줄 몰라 해를 피해 다녀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막음 날에는 네가 날 도와야겠구나

……분부대로

 

코쿠시보는 그날 따라 영애께서 떼를 심하게 썼다고 말하고는 돌아갔다. 아가씨가 밖에 나가시지 못하니 마음이 힘드신 듯 합니다. 같은 말들이 허공에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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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역방향 ; 필요로 하는 파괴
나요(@byehimy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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